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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atuer.세오/일상을 어필하기

서울중앙지검 검찰청사칭 보이스 피싱 명의도용 대포통장 경험담

by 세오APL 2014. 12. 30.

'나에게도 이런 일이? 눈뜨고 코베이는 세상'

대포통장에 연루되었다는 보이스 피싱, 저도 당했습니다.



[이미지 출처 : flickr_Fe llya]


갑작스레 찾아온 몸살기운으로 허덕이며 힘겨운 오후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전화(전화번호 : 02-6334-8266) 한 통이 걸려왔습니다. 평소 보험·금융 관련 포스팅을 해야 하기에 매일 금융감독원(www.fss.or.kr) 사이트를 방문해 보이스 피싱에 대한 주의사항을 매일 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오늘 큰 봉변을 당할 뻔 했답니다.

 

아직도 손발이 후들후들 떨리고 무섭네요. 저와 같은 피해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오늘 있었던 일을 공유해볼까 합니다.

 

 

* 필자가 겪은 보이스 피싱 프로세스 *

 

1. 서울지방검찰청 청담범죄수사과 1팀 김원준 수사관이라고 본인 소개

 

2. 필자 이름과 생년월일을 정확히 말하며 본인 확인

 

3. 지난 2013년 8월 김동일(42)을 주력으로 한 금융 사기범과 그 일당이 필자명을 도용해

    농협, 하나은행 대포통장을 개설했다며 필자가 광명시에 사는 김동일과 연고가 있냐고 물음.

 

4. 김동일 일당은 11번가, G마켓, 옥션에서 상품권 판매글을 올린 뒤 해당 대포통장으로 돈을 입금받음.

 

5. 28명의 피해자들이 필자 앞으로 고발, 고소 접수를 한 상황이라고 설명.

 

6. 이에 필자가 김동일 일당의 공범인지 피해자인지 확인하기 위해 수사 진행차 연락했으며

    다른 대포통장 피해자(또는 공범)이 많으므로 빠른 수사를 위해 유선상으로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함.

 

7. 친절하게 사건번호를 직접 메모하라고 함. (사건번호 : 2014 형재가 1005 안건)

  → 불안감과 신뢰도를 주기 위해서인지 형사할 때 형, 재판할 때 재 등으로 법률 전문용어를 섞어 친절하게 말해줌

 

8. 처음 전화를 건 김원준 수사관이 해당 수사과 팀장을 바꿔줄테니 수사에 잘 협조하라는 안내 후 전화를 바꿔줌.

 

9. 지금부터 통화 내용은 모두 녹취하며 법원으로 넘길 때 본인이 피해자임을 입증할 수 있는 중요한 알리바이가

    되므로 절대 끊지 말라고 당부하였으며, 금융감독원과 합작하여 이루어지는 중요한 범죄 수사이므로 절대

    제 3자에게 발설하지 말고 만약 발설했을 시 수사에 혼선을 주기 때문에 본인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임을

    강하게 어필함.

 

10. 김현수 검사는 사건 경위를 재차 확인시켜준 후, 추가적인 대포통장이 있는지 여부와

    필자가 더이상 금전적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금융감독원에 재산보험 신청을 하기 위한 명목으로

    현재 필자가 갖고 있는 통장 거래 은행명과 각 계좌에 들어있는 대략적인 금액을 물어봄.

 

11. 보이스피싱이 아니냐고 의심하니 도리어 화를 냄. 검찰은 절대 개인정보를 묻지 않으며 지금까지 물어본 적이

    있느냐고 경찰이 그렇게 시간이 많으냐고 정색을 함. 그렇게 의구심이 드면 본인 앞으로 올라온 사건번호를

    보여주겠다고 함


 

(↑ 알려줬던 가상의 불법 복제 사이트. 감쪽같다.)


12. 스마트폰에서 바로 인터넷을 킨 후 "FSC-SPO.COM" 라는 주소를 알려줌. 검찰청 홈페이지와 판박이임.

     거기에서 "나의 민원 조회" 버튼을 누른 후 비회원 본인 인증 (주민등록번호 + 이름)을 치고 확인해보라고 함.

    → 여기에서도 신뢰감을 주기 위해 서울할 때 S, 폴리스 할때 P 오피스할때 O라며 친절히 설명

    → 위조된 것이겠지만 실제로 사건번호가 적힌 내용증명 공문이 떡하니 있더군요.

 

11. 거래 은행에서 OTP를 사용하는지 보안카드를 사용하는지 물어봄. 필자는 보안카드를 사용한다고 밝히니

     보안카드는 최근 개인정보유출 사건이 많이 일어났음을 강조. OTP는 즉각적으로 번호가 바뀌니 더욱

     안전하므로 2차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지금 당장 은행 업무를 보러갈 것을 권고.

     → 나중에 필자 주 거래은행으로 바로 가면 되냐 물으니 다른 은행에 가서 업무할 것이라 안내함.

 

12. 휴대폰 베터리가 없는 관계로 중간에 끊어질 수 있다고 말하니 충전하고 상사에게 정확한 정황은 말하지말고

     (제 3자 발설금지를 다시 설명하며) 급한 은행업무처리를 위한 양해를 드리라고 함. 본인은 필자 관련 사건을

     다시 검토해보겠다고 함. 전화는 끊지 말고 화면을 꺼둔 채 충전하고 모든 내용은 녹취되고 있으니 사건 발설에

      대해 또 한번 강하게 주의를 줌

     → 아마도 다른 이들이 보이스 피싱이라는 것을 알려줄 것을 염려해서 안내한 것 같습니다.

 

13. 휴대폰을 충전하는 동안 우연하게도 무의식적으로 대포통장 피해, 청담범죄수사1팀을 검색함.

     (이렇게 검색해보지 못했다면 은행업무까지 보러갈 뻔 했네요.) 보이스 피싱 관련 글이 줄지어 뜸.

     심지어 금융범죄사기범인 김동일(42) 이름과 사건 번호까지 일치한 피해사례의 연속.

 

14. 충전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통화. '지금 관련 사건에 대해 검색해보니 보이스피싱이라고 뜬다.

     그리고 이상한게 방금 알려준 사이트는 COM으로 끝나는데 정부 기관이면 OR 또는 GO 가 있는 것이

     정상이 아니냐. 보이스 피싱이 정말 아니냐'고 질문

 

15. 또 한번의 정색. 현재 관련 글들 때문에 본인들도 수사에 혼선이 있는 상황이며, 해당 사이트는

     말했다시피 금융감독원과 합작한 청담범죄수사1팀의 별도 홈페이지라고 함. 또한 지금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뜻이냐며 화를 냄. 수사에 협조하지 않을 시 본인에게 피해가 갈 수 있음은 물론, 

     피해자로 입증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협박함.

 

16. 홈페이지 주소와, 보이스피싱 글들을 본 후 아차 싶은 마음에 직접 가서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함.

     지금 필자는 청담과 가까운 곳에 있으므로 청담 경찰서가 어디냐 물으니 사무실은 청담에 있지 않고

     서초구 반포동 서울 중앙지검에 있으며 교대 지하철 2번출구로 와서 김현수 검사를 찾으라고 함. 

     그러나 대기시간은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며 그 사이 2차 피해가 발생해도 책임지지 않겠다고 협박.

 

17. 다시 한 번 범죄 수사에 본인에게 큰 피해가 갈 수 있음을 분명히 말해둔다는 말을 들은 후 통화 종료

 

 

 

  이렇게 필자는 1시간 남짓한 시간동안 불안하고 초조한 시간을 보내야만 했습니다. 중간에 본인을 검사라고 밝힌 이 보이스 피싱 사기범은 "현재 대포통장 피해자들이 대부분 젊은 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들의 재산이 많지 않다는 이유로 해당 사건의 심각성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있는 바, 필자에게 현재 금융감독원과의 합작 수사를 벌일 만큼 매우 중대한 사안"
이므로 진지하게 수사에(본인들의 사기행각에) 협조할 것을 요구하고 불안감과 신뢰감을 훌륭히 조성했습니다.

 

또한 인터넷 검색을 통해 보이스 피싱을 확신하고 물어보니 검찰이 그렇게 한가한 줄 아느냐, 공문을 확인하지 않았느냐, 검찰청이 그리 쉽게 홈페이지가 복제될 것 같으냐라는 말과 함께 보안카드보다 OTP가 더 안전하다는 방법을 알려주는 건데 왜 의구심을 가지는지 본인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필자가 죄송(?)한 마음을 갖게끔 만들었습니다.

 

이들이 말한 김동일(42) 금융 사기 사건이 너무나도 상세하며 여느 서울 형사삘(?)나는 30대 목소리의 단호하고 당당한 말투, 중간 중간 들어가는 법률 용어를 포함해 실제로 개인 정보를 직접적으로 물어보지 않은 점에서 필자 또한 꿈뻑 속아넘어가버렸네요.

 




( ↑ 정말 판박이처럼 만들어두긴 했으나 몇몇 링크는 웹페이지를 찾을 수 없다고 뜨네요 )



저에게도 이런 일이 발생할까 싶었고 그동안 여러 차례 받았던 보이스 피싱 전화를 능숙하게 받아쳐왔어서 전혀 걱정하지 않았는데 이번 보이스 피싱은 직접 당해보니 당황+혼란+카오스 그 자체더라구요. 전화를 끊자마자 검찰청 민원실에 전화를 걸어 확인해보니 해당 전화번호는 피싱 전화가 분명하며, 알려준 사이트 또한 불법 복제 사이트이고 계좌정보와 비밀번호 등을 넘겨주지 않았다는 점에서 큰 피해를 볼 우려는 없다고 안심시켜주셨습니다.(그래도 공인인증서 재발급과 비밀번호 변경 등 할 수 있는 조치는 최대한 다 했어요.)

 

실제로 사이트를 다시 들어가보니 검찰청 홈페이지와 똑같이 생겼지만 몇몇 링크는 열리지 않았고, 다른 것을 클릭해볼 것을 우려해 다른 몇몇 항목들은 실제 검찰청 홈페이지 링크로 넘어갈 수 있도록 만들어두었습니다. 치밀왕;

 

예전에는 이와 같은 보이스 피싱에는 연변 또는 해외 교포사람들을 많이 끌어들여 어눌한 말투 등으로 피싱임을 잘 짐작할 수 있었는데 점점 나날이 발전해나가는 수법에 진심으로 감탄했습니다. 또한 치밀한 허위 사건 설명과 중간 중간 본인이 공범자가 될 수 있으리라는 심리적 압박 또한 매우 훌륭했습니다.


오늘 일어난 보이스 피싱 사건을 검색해보니 실제로 은행에 가서 OTP로 바꾸고, 피해자가 갖고 있는 여러 통장을 하나로 묶어 송금한 후 금융감독원에서 보호할 수 있도록 새로운 통장 하나를 개설하라고 안내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계좌번호와 비밀번호, OTP번호 등을 물어본다고 하는데요. 남이 겪은 일들을 읽기만 한다면 "내가? 절대 아니야" 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직접 통화를 하다보면 꿈뻑 속아넘어갈 수도 있을거라 장담해봅니다.

 


(↑실제로 대검찰청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위와 같은 피싱 주의 팝업이 뙇)



안내받았던 불법 복제 사이트(FSC-SPO.COM ㅣ ← 조심하세요!!)는 한국인터넷진흥원에 신고했으며, 해당 기관으로부터 안내받은 명의도용 피해 예방 방법에 대해 공유해드리겠습니다.

 

* 명의 도용 우려 피해 예방법 *

 

1. [무료] 개인정보노출자 사고 예방시스템 - 은행 방문

2. [무료] 주민등록번호 클린센터(http://clean.kisa.or.kr) - 사이트 이용내역 확인

3. [무료] 명의도용방지 서비스(http://www.msafer.or.kr) - 이동전화 가입 제한 신청(공인인증서로 회원가입)

4. [무료] 이용중인 이동통신사 - 컨텐츠 이용료 결제 중지/차단 신청

5. [유료] 인터넷 검색창 '명의도용방지서비스' 검색 후 가입

 

 

 

 검찰청으로부터의 소송 절차는 '절대 통화로 진행될 수 없으며', 검찰청 전화번호는 "지역번호+1301"을 꼭 기억해두세요. 또한 국가 관련 기관 홈페이지 주소는 뒤에 'co.kr' 또는 'com'이 아닌 'or'또는 'go'로 끝난다는 점을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올바른 검찰청 홈페이지 : www.spo.go.kr)

 

위와 같은 수법의 보이스 피싱 범죄는 나이 많으신 분들은 바로바로 이렇게 본인인증과 개인정보 입력 등을 대처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오히려 스마트폰과 인터넷에 능숙한 젊은 층을 상대로 많이 일어난다고 하네요. 

 

앞으로 이러한 치밀하고 계획적인, 그리고 당당한 보이스 피싱에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금전적 피해는 아직 일어나지 않았지만 "눈뜨고 코베인다"는 말을 뼈저리게 실감했던 하루였습니다.


 

 

* 똑같은 피해사례 다른 블로거의 글

 

[생활TIP] 나날이 진화하는 보이스 피싱 / 서울지방경찰청 보이스피싱, 경찰청 사칭, 국민은행대포통장, 농협대포통장

☞  http://blog.naver.com/dju1023/220171182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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