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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atuer.세오/비주제 생각노트

장례식 문상을 다녀오며,

by 세오APL 2015. 1. 28.



  장례식 문상을 다녀오며,




[이미지 출처_flickr_SuperFantastic]



지금껏 살아오며 장례식장을 참석할 기회가 얼마나 있었던가.

단지 내 기억 속에는 지난 어린 시절 '이 상황이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어리둥절해하며 외할아버지 장례식을 참석했던 기억 하나 뿐이었다. 모두가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연신 계속되는 '아이고~ 아이고~' 하는 곡 소리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는 도무지 이해할 방도가 없었다.


어느덧 번듯한 직장을 다니는 사회인이 되었지만 아직까지도 나에게 '장례식'은 생소하고 낯선, 그리고 나와는 거리가 '먼' 행사로만 여겨졌다. 심지어 장례를 업으로 하는 현 회사의 계열사에 다니며 매일 장례에 관련된 블로그 포스팅을 써내려가던 그 때까지도.


지난 월요일, 내가 속해 있는 팀장님의 오빠분께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접했다. 우리 팀 전원은 업무를 마치고 장례식에 참석했다. 평소 호탕하고 드세기로 소문난 성격이라 안타까우면서도 남들과는 달리 강하게 그 시간을 견디고 있으리라 감히 생각했었다.


그러나 장례식장 영정 사진 한 켠에 서 있는 그녀의 모습은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사람의 모습이었다. 형제를 잃은 슬픔은 어떠할까. 같은 배에서 같은 핏줄로 태어나 함께 자라온 가장 오래된 친구이자 버팀목이 한 순간에 사라지는 순간. 그 감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큰 상실감과 허망함으로 괴로우리라.


수시간동안 눈물을 쏟아내 잔뜩 부어있는 눈망울 속에서 마른 눈물로 한번, 그리고 또 한번 그녀는 그렇게 울고 있었다. 진심을 다해 갑작스레 돌아가신 고인의 영정 앞에서 마지막 가시는길이 평안하기를 기도했다. 또한 진심을 다해 그녀가 사랑하는 형제에 대한 상실감을 극복할 수 있기를 바랐다.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서야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없을 시간들. 장례식장 입구에 있던 부고 알림판으로부터 눈을 떼지 못했던 이유는 인간에게 주어진 평균적인 생을 모두 마친 '늙은' 고인 만큼이나 이제 막 삶이 탄탄대로로 펼쳐졌을 40~50대의 생을 마치기엔 아직 '젊은' 고인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제는 고인이 되어버린 그녀의 오빠분도 후자였다. 


'태어난 순서는 있어도 가는 데 순서는 없다' 라는 말이 크게 실감나던 순간이었다. 사람의 인생은 찰나의 순간, 순간들에 의해 섬세하게 결정된다.  심지어 생명이 다하는 죽음의 순간까지도. 죽음을 원하는 사람은 없으나 우리 모두에게는 언젠가 생을 마감하는 순간이 찾아오게 마련일테다. 단지 그 시기가 언제가 될 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일 뿐이다.


지금 이 순간, 나를 위한 시간을 소중하게, 그리고 절대 헛되지 않게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무엇보다도, 언제 어떻게 준비되지 않은 이별의 순간을 맞이할 지 모를 내 주변 모든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당장, 그리고 언제나 그들에 대한 감사함과 소중함을 표현해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장례식장을 나섰다. 




고운 비가 내렸던 어느 겨울 밤에.





 

 


- 세오의 어필로그

sseoteo@naver.com